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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목소리 VOM 2014 9월호 이주민의 목소리 -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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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02회 작성일 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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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살람 무알라이꿈(당신에게 평화가)! 한국에 와서 세 번째 추석을 맞았습니다. 저는 이번 추석연휴 동안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짧은 휴가기간 동안 제가 방글라데시에 간 것도 아니고 방글라데시에서 가족들이 온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냐고요?

2013년 휴가를 받아 방글라데시에 갔습니다. 부산에서 방글라데시 다카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기 때문에 방콕으로 가서 비행기를 바꿔 타거나 중국의 어느 도시를 거쳐 가야 합니다. 중국을 거쳐 가는 것이 조금 쌌지만 중국 공항에서 1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중국을 거쳐 가는 비행기 표를 구했습니다. 그날 몇몇 한국인들도 저와 같은 방법으로 방글라데시에 갔습니다. 중국공항에 12시간 이상 기다리며 5명이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다카에 도착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이분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방글라데시에 왔느냐? 얼마나 있다 갈 것이냐? 어디에 머물 것이냐?” 어느 나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나 외국인 입국자들에게 할 법한 질문들을 던졌지만, 이분들은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분들은 영어도 방글라데시 말도 할 줄 몰랐습니다. 불행히 입국심사를 하는 출입국 직원 중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를 찾은 한국사람들이 갑자기 곤란에 빠지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밖에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이분들에게 시간을 조금 내서 도움을 준다고 큰 일 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입국심사관과 한국인 여행객들의 통역이 되었습니다. 무사히 입국심사를 통과해 밖으로 나오자 방글라데시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한국인 목사님이 이분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입국심사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날 그분들과 짧게 인사를 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연락하자고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한달의 휴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그 중 한 아저씨와 계속 연락하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아저씨가 살고 있는 경주 집에도 두 번 놀러갔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아저씨가 저와 친구를 초대해 주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경주로 아저씨를 찾아갔고 아저씨와 포항의 가족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아저씨와 그 부인이 저희를 포항의 바닷가에 데려가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주머니가 갑자기 저에게 “모민 엄마는 몇 살이야?”라고 물어서 “62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시면서 “나랑 동갑이네, 그럼 이제부터 모민 내 아들, 나는 모민 엄마! 아저씨는 모민 아빠!”라고 했습니다. 저도 기분이 좋아져서 “네 엄마! 아빠!”라고 했습니다.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 모두 너무 행복해졌습니다. 우리는 가족이 된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포항 바닷가에 기념 포스트잇도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정말 행복한 추석이었습니다. 이날 추억을 방글라데시 엄마에게도 말씀 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자식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밥은 잘 먹는지, 주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지 걱정이 많은데, 엄마는 제가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즐겁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셨습니다. 공장에 일이 많아서 자주 만날 수 없지만 한국 부모님과 안부문자를 자주 주고받습니다. 한국인 부모님은 방글라데시 가족들과 달리 피가 섞인 것도 아니고 국적, 종교, 문화, 말도 다르지만 이렇게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챙길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글 : 모민 호세인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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