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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토크 2014 4월호 상담토크 - 의료복지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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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54회 작성일 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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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E-9비자로 입국한 베트남여성 B씨(39). 그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들을 위해 결혼도 포기한 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오자마자 그물을 만드는 회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하였다. 그러나 일이 너무 힘들고 월급이 계약서에 명시된 것보다 적게 나와서 자동차부품 만드는 회사로 업체이전을 했다. 이곳에서 2년 넘게 일하는 동안 사장님이 월급이 올려주겠다고 자주 말했지만, 오히려 월급을 깎거나 늦게 주었다. 계속 일한다 해도 돈도 못 받고 스트레스만 심해질 것 같아 결국 계약해지하고 귀국할 결심을 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체불된 임금과 퇴직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

퇴직금을 기다리는 동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가슴에서 작은 혹 같은 것이 만져졌다. 너무나 놀랍고 걱정스러웠지만 말도 안통하고, 돈도 없고, 이야기할 사람도 많이 없어서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일단 퇴직금을 기다리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본 후 귀국하기로 했다.

집 근처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는데, 가슴의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다니던 교회의 선생님이 그녀를 A병원에 데리고 갔다. 결과는 유방암.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실에 절망했다.

이미 암이 커져서 A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들다고 했다. 의료보험도 없는데 큰 병원으로 옮겨 수술까지 받자니 병원비가 부담스러웠다. 이때 그녀에게서 우리 센터로 연락이 왔다. 급박한 상황이라 우리는 일단 그녀를 부산대학교병원으로 데려갔다. 5일동안 입원과 치료를 받는데 약 4백만원정도 비용이 나왔다. 그녀와 함께 담당 의사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 바로 오른쪽 유방과 겨드랑이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이후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의사선생님이 말했다.

B씨는 현재 병원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 아는 사람도 몇몇 교회사람들 밖에 없어서 혼자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수술 후 10일이 지났지만 몸이 계속 아파서 아직 항암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베트남에서 있는 가족들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본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건강하게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기엔 나날이 늘어나는 병원비가 너무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외국인근로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B씨와 같이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대부분 곤란한 상황에 있다. 의료서비스는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국적,직업,경제력을 문제로 환자를 의료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박정연 (베트남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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