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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토크 2014 9월호 상담토크 - 타지에서 느끼는 무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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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86회 작성일 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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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넘은 중국인 아주머니는 막 고등학교에 들어간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4년 전 한국에 왔다. 그녀는 4년 동안 줄곧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사장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고, 최저임금에, 매일 고무 부품을 찍어내며 지독한 냄새를 견뎌야 했지만 그녀는 일자리를 옮기지 못했다. 시골에서만 살다가 처음 외지로, 그것도 먼 이국땅에 와서 느끼는 새로움이란 신선하기보다 두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사장도 오랫동안 일 해주는 아주머니에게 만족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종종 센터를 찾아와 "급여가 적어요.", "잔업시간이 안 맞아요." 등을 한국어로 적어갔다. 사장이 돈 얘기를 하면 못 알아듣는다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2014년 3월. 아주머니는 뜨거운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던 중 3도 화상을 당했다. 병원에서는 피부이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장은 병원비 반을 줄 테니 산재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 산재를 신청하면 병원비와 휴업급여를 다 받으니 급여도 반만 달라고 했지만, 사장은 다른 사람도 사고가 나면 그때도 급여를 안줄 것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하였다. 아주머니는 공장에서 잘릴까 걱정이 되었지만 결국 산재신청을 하였다. 수술은 잘 되었고 아주머니는 퇴원 후 공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퇴원한지 일주일이 넘어도 산재승인소식이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공단에 연락하니 산재 취하신청서가 접수됐다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며칠 전 사장이 근무기간에 대한 확인서라며 내밀었던 종이에 사인 한 것이 생각났다. 게다가 통장을 확인하니 사장이 수술비 반을 입금해 놓은게 아닌가. 사장은 처음에 자신이 말했던 대로 수술비 반만 아주머니에게 지급하고 합의한 것처럼 꾸며 산재를 취하한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센터에 와서 많이 울었다. 산재 취하를 막을 수 있었지만, 새로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막막하다며 결국 사장의 악행을 다시 한 번 눈 감아 주었다. 사장은 아주머니께 2년 더 일하도록 해주겠다며 마치 선심을 쓰는 듯 일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자신의 범행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법적인 처벌도 없이……. 이 사장에게 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무 두려움도 없는 사장과 모든 것이 두려운 아주머니에게 법이란 것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글 : 임아영 (센터 중국어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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