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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토크 2014 12월호 상담토크 -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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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34회 작성일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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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곳은 환경적으로 대부분 열악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을 더 이상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3D 업체는 늘 일손이 부족합니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이나 보호장구도 없이 노동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입국초기의 이주노동자들은 산재위험에 빈번하게 노출됩니다.

며칠 전에 우리 센터를 방문한 근처병원 방짝 3명은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으로 국적이 서로 다르지만, 한국에 입국한지 3개월, 2개월만에 산재를 당해 한사람은 오른손의 손가락 3개가 절단되었고 한 사람은 오른쪽 팔이 절단되어 봉합수술을 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입사한지 3일 만에 사고를 당해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었습니다.

모두들 한국에 올 때는 꿈이 있었을 겁니다. 한국은 낯선 곳이지만 발전된 문화도 배우고, 열심히 일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었겠지요. 네팔과 미얀마의 가족들을 부양하고 남는 돈으로 작은 사업을 하고 싶었고, 파키스탄에 있는 네 명의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었던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안전장구 하나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빨리 빨리” 생산성을 높여야 했던 이들의 팔과 손가락은 무참하게 잘려나갔습니다. 더불어 이들이 꾸었을 찬란한 미래도 사라졌습니다.

미얀마 사람은 퇴원하여 다음날 출국하였고 파키스탄 환자도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셋이 함께 입원해 있을 때는 더듬거리는 영어와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자 네팔환자는 갑자기 더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잘린 팔을 붙여놨지만 여전히 아프고, 언제쯤 치료가 끝날지 앞으로 팔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또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 많은 그를 위로하기 위해 네팔공동체 대표와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다시 재수술을 받고 커다란 붕대를 감아 뽀빠이처럼 큰 팔을 하고 누워있었습니다. 그래도 네팔 사람이 한국에 있고 공동체가 있어서 안심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방에 누워있는 한국인 아저씨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알려 주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말이 고팠구나 싶었습니다. 옆자리 아저씨의 손가락이 왜 절단되었는지 설명하면서 아저씨가 자신들에게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려 주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모두들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어 봉합수술을 한 상태이지만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참 걱정이 되었는지 자신들의 일처럼 걱정해주고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산재보상법에 따라 보상 받지만 이 친구들은 어떡하냐며 묻고 잘 도와주라고 저에게 당부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어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구나 싶었습니다.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업체를 변경하고 싶다고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현재 고용허가제 하에서 업체변경이 쉽지 않습니다. 사실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에게 저렴한 이주노동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통로이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이들 이주노동자들은 손가락과 팔다리가 잘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이런 위험한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안전교육과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니 않습니다. 특히 한국어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글/사진인물 : 이인경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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