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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토크 2015 2월호 상담토크 - 상담통역? 통역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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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74회 작성일 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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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센터에는 한국어가 서툰 이주민근로자들도 양질의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각언어별(미얀마어, 베트남어, 중국어, 필리핀어, 인도네시아어 등) 상담원이 상주해있다. 상담은 근로자나 사업주에게 우리나라의 노동법 내용을 안내하거나 관계기관에 진정, 고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때 서로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통역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가끔 통역이 상담보다 더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센터에 인도네사아 여성이 전화를 걸어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는데 통역 지원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상태가 급박하게 느껴져 바로 다음 날로 약속을 잡았다. 처음 가는 병원 출장이라 걱정되어, 상담팀장님에게 긴급의료지원, 의료행정 처리 방법 등에 대해 이것저것 여쭤보고 다음날 병원으로 향했다.

이 여성은 그날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아기를 가지기 힘들다는 판정을 얼마전 결혼한 남편과 함께 듣고 있는 그녀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안타까웠다.

센터는 이 여성에게 긴급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자주 병원에 드나들며 의료 행정, 통역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첫 수술일이 정해졌다. 자궁한쪽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무사히 마쳤지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수술을 통해 다른 한쪽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의사는 난소암의 재발율이 암 중에서 가장 높다며 재수술을 권고하였으나 환자는 첫수술이 너무 고통스러웠는지 재수술을 단호히 거부하였다.

이때 통역을 진행하는 나의 부담감은 엄청났다.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이 진행될수록 전문용어는 점점 늘어만 가고,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한국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으로 흘러갔다. 의미만 전달하면 되겠지 생각하면서도, 이 여성은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순간일거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정확하게 둘의 말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였다.

결국 재수술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항암치료 일정을 정하는 것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여성은 한국에서 4번의 항암치료를 받고 인도네시아로 귀국하였다.

외국어에 능통하다고 해서 통역을 잘하리란 보장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우리 센터는 내담자의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상대방에서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능력만큼 의사소통능력도 중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글 / 사진인물 : 안중호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인도네시아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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