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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토크 2014 11월호 상담토크 - 미안해요. 좀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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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89회 작성일 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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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 L씨는 2달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사장은 2달치의 월급을 안 주는 대신 업체를 이전 시켜주겠다고 했다. L씨는 바로 퇴사를 하고 월급을 제대로 준다고 하는 통영의 한 사출 공장으로 갔다.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전(前) 사장에게 월급을 달라고 연락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우리 센터는 L씨를 도와 노동청에 진정을 했고 노동청 출석 날이 왔다.

오후 1시쯤 L씨와 센터를 나섰다. 북부노동청은 센터와 30분 거리에 있다. L씨가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막 점심을 먹은 후라 같이 노동청까지 걷기로 했다. 가는 길에 “걷는 운동은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도 크게 낮출 수 있어요, 정신적인 건강과 육체적인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있는 거죠. 그래서 가능하면 차를 안타고 걷는 게 좋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차를 많이 이용하면 공기가 나빠지고 대기오염이 심각해질 거예요. 샴푸, 세제를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많이 이용하면 물이 더러워져요.”하며 그와 환경오염 문제에 관해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노동청에 도착했다. 시간이 조금 일러서 잠시 앉아 기다렸다. 잠시였을 뿐인데 L씨는 깊이 잠이 들었다. 흔들어 깨웠더니 그는 “미안해요. 야간 일을 마치고 바로 와서 너무 피곤해요.” 라 한다. 어제는 일요일인데 일을 했냐고 물으니 그는 “저희 회사는 쉬는 날이 없어요. 저는 계속 야간 일만 해요. 가끔 쉬고 싶은데 한번 쉬면 잔업을 주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놓아요.” 란다. 그의 말을 듣고 공장에서 힘들게 일했던 예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남의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환경 운운하며 택시 타지 말자고 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미안했다.

노동청에서의 일을 마친 후 바로 택시를 타고 사상터미널로 그를 데려다주었다. 그날 저녁, 센터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과 스스로에게 벌을 준다는 뜻으로 모라동에서 서면까지 혼자 걸어서 갔다.

글 / 사진인물 : 또뚜야 (미얀마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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